블라디미르 : 남들이 괴로워하는 동안에 나는 자고 있었을까? 지금도 나는 자고 있는 걸까? 내일 잠에서 깨어나면 오늘 일을 어떻게 말하게 될지? 내 친구 에스트라공과 함께 이 자리에서 밤이 올 때까지 고도를 기다렸다고 말하게 될까? 포조가 그의 짐꾼을 데리고 지나가다가 우리에게 애기를 했다고 말하게 될까? 아마 그렇겠지. 하지만 이 모든 게 어느 정도나 사실일까? (에스트라공은 구두를 벗으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벗겨지지 않는다. 그는 다시 잠들어버린다. 블라디미르가 그를 바라본다) 저 친구는 아무것도 모르겠지. 다시 얻어맞은 얘기나 할 테고 내게서 당근을 얻어먹겠지...... (사이) 여자들은 무덤 위에 걸터앉아 무서운 산고를 겪고 구덩이 밑에서는 일꾼이 꿈속에서처럼 곡괭이질을 하고. 사람들은 서서히 늙어가고 하늘은 우리의 외침으로 가득하구나. (귀를 기울인다) 하지만 습관은 우리의 귀를 틀어막지. (에스트라공을 바라본다) 나 역시 다른 사람들이 바라보고 있겠지. 그리고 말하겠지. 저 친구는 잠들어 있다. 아무것도 모른다. 자게 내버려두자고. (사이) 이 이상은 버틸 수가 없구나. (사이) 내가 무슨 말을 지껄였지?
그는 부산스럽게 왔다갔다 하더니 마침내 왼쪽 무대 출입구 가까이 가서는 먼 곳을 바라본다. 오른쪽에 어제 왔던 소년이 들어온다. 걸음을 멈춘다. 침묵.
소년 : 아저씨는...... (블라디미르가 돌아선다) 알베르 아저씨는......
블라디미르 : 다시 시작이로구나. (사이. 소년에게) 너 나 모르겠니?
소년 : 모르겠어요.
블라디미르 : 너 어제도 왔지?
소년 : 아니요.
블라디미르 : 그럼 처음 오는 거냐?
소년 : 네.
침묵.
- 사무엘 바케트. 고도를 기다리며 중에서.

베케트가 말하는 기다림이 이제야 환하다.
그 잔인한 반복의 구조와 고도라는 존재의 공백이.
잎이 다 떨어진 나무 한그루에
나뭇잎 몇 장을 매달고 2막이 시작되었을 때
나의 존재를 부정하는 희망, 그래서
이름을 붙일 수 없는 그것.
그 나무에 몇 번이고 목을 매달았을 것이다.
그때, 에스트라공의 구두와 블라드미르의 모자가 떨어졌겠지.
그리고 소년은 끝내 그들을 알지 못 할 것이다.
정말, 눈물이 날 것 같다.
몇 장의 나뭇잎이 다시 달리는, 희망이란 것.



